메시지를 보낸 지 꽤 시간이 지났지만 답장이 없다. 읽으면 읽은 대로, 안 읽으면 안 읽은 대로 아무 반응도 없으니 답장을 기다리는 입장에서는 답답하기만 하다. 이러한 경험이 흔해지면서 ‘읽씹’과 ‘안읽씹’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상대방이 메시지를 읽었지만 답을 하지 않는 ‘읽씹’과 아예 메시지를 열어보지도 않는 ‘안읽씹’, 과연 어느 쪽이 더 기분 나쁜 행동일까?
메신저 시대의 신조어, ‘읽씹’과 ‘안읽씹’
‘읽씹’은 메시지를 확인하고도 답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며, ‘안읽씹’은 메시지를 열어보지도 않은 채 무시하는 경우를 뜻한다. 스마트폰 메신저가 일상적인 소통 수단이 되면서 이 두 가지 표현은 자주 사용되고 있다. 단순한 대화가 아닌 중요한 질문이나 요청이 담긴 메시지에도 답장이 오지 않으면 상대방은 불안감과 불쾌감을 느끼게 된다.
모든 메시지가 반드시 답장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서로 대화가 자연스럽게 끝나거나, 응답이 필요 없는 내용이라면 ‘읽씹’이나 ‘안읽씹’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 답변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반응이 이어진다면, 상대방은 서운함을 느끼게 된다. 가족, 연인, 친구뿐만 아니라 직장 동료나 그룹 대화에서도 이러한 상황이 반복된다. 메신저를 통해 실시간으로 상대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이러한 감정을 더욱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답장을 하지 않는 이유는?
메시지에 답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단순히 바빠서 못 보는 경우도 있고, 적절한 답변을 고민하다가 시간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 혹은 상대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싶거나, 불편한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답장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일종의 의사 표현 방식으로 본다. 연애 관계에서는 일부러 답장을 늦게 보내 상대의 관심을 끌려는 ‘밀당’의 전략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답장이 오지 않는 시간을 길게 만들면서 상대방이 더 궁금해하고 초조해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임명호 교수는 “메신저에서는 상대의 표정을 볼 수 없고 즉각적인 반응을 할 필요가 없다”며 “특히 거절 의사를 분명하게 밝히기 어려운 사람들은 읽씹이나 안읽씹을 통해 간접적으로 의사를 표현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어느 쪽이 더 기분 나쁜가?
그렇다면 ‘읽씹’과 ‘안읽씹’ 중 어느 쪽이 더 기분 나쁠까? 심리학자들은 이 질문에 대해 명확한 정답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보면 ‘읽씹’이, 장기적으로 보면 ‘안읽씹’이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읽씹’은 상대방이 메시지를 확인하고도 답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거절의 의미가 더욱 강하게 전달된다. 반면 ‘안읽씹’은 상대방이 바쁘거나 다른 이유로 확인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남겨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계속해서 ‘안읽씹’이 이어지면 상대방은 무시당하고 있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는 “상대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단기적으로는 ‘읽씹’이 더 화가 날 수 있다”며 “반면 오랜 시간 ‘안읽씹’이 지속되면 상대방이 완전히 관계를 끊으려 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강한 메신저 소통을 위한 방법
메신저를 통해 원활한 소통을 유지하려면 상대방에게 최소한의 응답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정상적인 메시지에는 간단한 답변이라도 보내는 것이 상대방의 불필요한 걱정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메시지를 받았음에도 오랜 시간 답장을 하지 않으면 오해와 불필요한 감정적 갈등이 쌓일 수 있다.
또한 자신이 상대에게 자주 ‘읽씹’이나 ‘안읽씹’을 당하고 있다면, 자신의 대화 방식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상대방이 부담을 느낄 정도로 답변을 재촉하거나, 지나치게 사적인 질문을 하거나,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지는 않았는지 점검해 보는 것이 좋다. 이동귀 교수는 “메신저는 자유롭게 소통하는 공간이므로, 내가 자유롭게 메시지를 보냈다면 상대방도 자유롭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며 “상대방이 답장을 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하고, 때로는 여유를 가지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결국, ‘읽씹’과 ‘안읽씹’은 단순한 무시가 아니라 상대방이 보내는 하나의 신호일 수 있다. 관계를 원활하게 유지하려면 메시지에 대한 서로의 기대치를 조율하고, 상대방의 반응을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